국민연금제도의 사각지대, 여성 노인 빈곤의 본질적 원인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장진희 선임연구위원 서정혜 2025-09-10 21:08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한국은 2000년도에 이미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 접어들었고, 7년 후인 2017년 8월에는 14.0%를 기록하며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했다. 이후 불과 7년 4개월만에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에 직면하였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까지 영국은 50년, 프랑스는 39년, 일본은 10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나이 들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은 단순히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이 높은 것이 아니라,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이 가장 심각한 국가라는 사실이다. OECD(2023)에 의하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약 40%로, 가장 높다. 유사한 인구구조를 가진 일본의 노인 빈곤율 20.0%의 두 배를 상회하고, OECD 평균은 14.2%보다 약 세 배 가까이 높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노르웨이(3.8%), 덴마크(4.3%), 프랑스(4.4%)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노인은 너무나 빈곤하다. 이에 노인 빈곤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주로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연금제도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 측면에서 접근을 강조한다. 이는 1) UN, OECD 등의 국제기구에서도 연금 중심의 빈곤 지표 분석을 권장함에 따라 정책적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연금제도 개선 = 빈곤 완화’로 인식되고, 2) 연금은 국가가 상대적으로 쉽게 제도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제도이자 정책 설계 시 빈곤선 이하 취약계층 소득 보전이라는 방식이 명확해 설득력이 높다는 점, 3) 결정적으로 연금제도는 장기적 소득 보장 체계로 설계됨에 따라 노후의 경제적 안정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장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의 한계로 인한 여성 노인 빈곤의 문제 한국의 주된 노후 준비는 국민연금이 80%에 달할정도로, 국민연금은 대표적 노후소득보장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제도는 노동시장의 지속적 참여와 밀접하게 연계되도록 설계됨에 따라 노동시장 및 구조적 차별을 그대로 투영하는 문제를 갖는다. 즉, 근로소득 활동을 통한 꾸준한 기여가 연금 수급권 획득 여부와 급여 수준을 결정하므로 남성보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낮고, 불안정한 노동이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은 국민연금 적용과 급여의 사각지대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통계청(2024)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4년 여성의 고용률은 2000년 이후 통계가 집계된 이래로 가장 높은 54.7%를 기록, 그러나 여전히 남성 고용률 70.9%보다 15.3%P 낮은 수준이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수는 2024년 149만 명에 달하고 있다. 즉, 여성 2명 중 1명만이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약 150만 명의 여성은 국민연금에 가입했더라고 가입기간이 남성보다 짧게 된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생산하는 「국민노후소득보장패널」에 따르면 2021년 18~59세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남성(63.5%)보다 17.5%P낮은 46.0%에 그치며, 가입한 기간도 남성보다 짧다. 국민연금 수급을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야하고,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지급개시 연령 생일 다음 달부터 매월 수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2021년 상대적으로 고용이 가장 안정된 상용직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11.6년에 불과하다. 상용직 남성 17.3년보다 5.7년 짧다. 임시직의 경우, 여성은 최소 가입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50~59세를 한정해서 보더라도 남성은 17.1년의 가입기간을 보이지만 여성은 겨우 10.4년의 가입기간을 채웠을 뿐이다. 결국, 50대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과는, 여성이 주로 20~30대에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40대에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며 남성보다 공백기가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물론,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가입기간에서 격차를 보이고 있고, 남성과 동일한 종사상 지위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는 상용직이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일자리를 갖더라도 경력을 얼마나 중단 없이 지속했는가에서 근본적 차이를 갖기 때문이다. 성별 연금격차는 임금만의 문제인가 한국의 통계는 여성은 낮은 고용률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 문턱이 높고, 결혼 후 자녀 출산과 양육, 가사, 돌봄으로 인해 경험하는 경력단절로 지속적인 연금 가입 유지를 어렵게 함으로써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 미충족으로 무연금자가 되거나, 연금 수급권을 획득하더라도 짧은 가입 기간으로 낮은 수급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게다가 이중노동시장(dual labor market) 구조와 유리천장 등으로 힌한 성별임금격차(gender wage gap)는 남성 연금 수급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저연금을 더욱 가속한다. 결국,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답습하며 여성은 남성보다 더 낮은 연금을 수급하게 만들어 성별 연금격차(gender pension gap)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먼저, 여성의 국민연금 수급비중을 보면 남성보다 크게 낮다는 점이 확인된다. 2021년 기준 60대 남성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56.3%에 달하지만, 여성은 30.8%에 불과하다. 70대는 남성 66.4%, 여성은 27.7%로 더욱 심각하다. 70대에서 여성 노인 빈곤이 가장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연금과 큰 연관이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여성이 많은 문제 외에도 여성의 국민연금 수급액은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1년 60대 남성의 월평균 국민연금 수급액은 83만 7천으로, 여성은 남성의 57.3%에 불과한 47만 9천원에 그친다. 70대 역시도 남성은 65만 2천원, 여성은 57.2%인 37만 3천원에 그친다. 여성이 받는 연금은 남성의 50~60% 수준으로, 성별 연금격차는 40~50%이다. 이는 한국 성별 임금격차 30% 내외보다 더 높은데, 이는 연금격차을 초래하는 요인은 단순 성별 임금격차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등 노동의 지속성 역시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의미한다. 즉, 성별 연금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연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과제 성별 연금 격차가 단순히 노후 소득의 차이 문제를 넘어, 여성이 노동시장 진입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경험하는 구조적 불평등이 최종적으로 응축된 결과이다. 성별 연금 격차는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한 노동시장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무엇보다 공적연금은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최후의 보루여야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성차별적 구조를 노년기 소득의 불평등으로 그대로 투영하고 고착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사후적인 연금 급여 보완을 넘어, 격차를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에 대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제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적 구조 해소에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액이 모두 소득에 기반하는 현 제도 하에서, 성별 임금 격차는 연금 격차를 만들어내는 가장 직접적인 메커니즘이다. 여기에는 유리천장이라 일컫는 조직 내 승진 차별과 여성 집중 직종이나 업종에서의 저평가 등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포함된다. 이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서정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교대제 개선, 사람도 살리고 고용도 늘린다” 25.09.10 다음글 한국노총,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 간담회 개최 2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