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제 개선, 사람도 살리고 고용도 늘린다”
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 고용효과 분석
서정혜 2025-09-10 21:10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밴드 주소복사

본문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영국 런던 이스트엔드지역 페어필드에 위치한 옛 성냥공장인 ‘브라이언트 앤 메이(Bryant & May)’를 찾았다. 1888년 7월, 여성 노동자들이 주도한 파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당시 파업은 영국 내 인체에 유해한 백린 성냥의 생산 및 판매 금지법의 시행(1910년)을 끌어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흥미롭게 발견한 것은 인공조명의 발명과 야간노동 간 관계의 흔적이었다. “1890년대에 페어필드 작업장에 가스 조명이 들어서면서, 여성과 소년들은 보울러 모자를 쓴 감독들의 감시 아래 장시간 교대근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계’의 설정

 

인공조명의 발명과 산업화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야간노동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24시간 3교대제 또는 2교대제가 흔히 볼 수 있는 근무형태가 되었고, 대형마트,․편의점 등의 24시간 영업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디지털 기술발전은 새벽배송과 같은 타인의 야간노동을 클릭 몇 번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밤과 낮의 경계를 더욱 허물었다.

 

야간노동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인류가 인공조명 없이 24시간 사회를 살기 어려운 것처럼 모든 야간노동을 한 번에 없애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경계’의 설정이다. 이윤추구형과 공공서비스형 간의 경계 말이다. 원칙적으로 이윤추구형 야간노동을 금지하고, 공공서비스형(병원·돌봄·경찰·소방·군대·통신 등)에 대해서는 야간노동의 불가피성을 감안하되 야간노동의 길이와 횟수 제한, 야간노동에 대한 (휴가)시간 보상, 적정인력 배치, 업무 중 충분히 쉴 권리 보장 등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간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의 긍정적 효과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SPC그룹은 지난 7월, 대통령과의 현장 간담회 이후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해 장시간 야간근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야간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노동을 폐지하겠다는 것이어서 아주 획기적인 변화라고 보긴 어렵지만, 이번 정부 들어 일하는 시민들의 안전보건수준을 높이려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간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의 내용과 그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이 시범사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였는데(이정희·구자현·손연정·박경옥(2024), 『간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고용노동부·한국노동연구원), 시범사업이 간호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만족도를 높이고 이·퇴직률을 낮출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고용량도 늘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범사업은 참여병원(의 특정병동)이 다양한 교대근무제를 활용하여 최대한 규칙적인 근무가 가능하도록 운영하는 경우 정부가 야간전담간호사, 대체간호사, 지원간호사 배치를 지원하는 한편 신규로 투입되는 간호사들의 교육을 전담하는 간호사의 배치·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표 1). 불규칙한 교대근무제가 간호사의 건강과 일·생활 균형을 저해하고 이·퇴직률을 높이는 주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만큼 이를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시범사업은 2022년 4월부터 3년간 시행되었다. 차수별로 차이가 있지만 연구진의 2024년 분석 당시 모두 88개 병원(385개 병동)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표 1> 간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 개요

1757478277_40074_MLWYgg87Sb.png
 

이·퇴직률 낮아지고 간호사 수 더 늘어

 

연구진은 다음의 네가지 측면에서 고용효과를 살펴보았다. 첫째,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여 시범사업이 이·퇴직률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시범사업 참여병원의 간호사 이·퇴직률이 시범사업 이전 대비 약 10.0% 낮아졌다. 특히 20·30대의 경력 6년 미만 간호사의 이·퇴직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컸다. 시범사업 참여병원의 간호사 3년 이상 근속률은 시범사업 참여 이전보다 약 5.3%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둘째, 병원간호사회가 발표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범사업 참여병원의 간호사 수가 시범사업 참여 전과 비교할 때 약 3.0~4.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참여병원의 간호사 수는 정부의 직접적인 간호사 배치 지원 규모를 능가하는 것으로, 간접 고용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셋째, 시범사업의 효과를 좀더 엄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병동 유형별 차이도 살펴보았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14개 병원에서 ①시범사업 참여병동 ②시범사업 미참여병동 ③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각각 모집하여 총 81개 병동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교대근무 질(간호사 1인당 환자 수) 확보율은 ① - ③ - ② 순으로 높아 시범사업의 긍정적 효과가 검증되었다. 

 

넷째, 병원 노조 간부 및 전문가 면접조사 결과, 참여병동의 교대근무 안정성 확보 및 만족도 증가가 확인되었다. 지원 규모를 초과하는 인력이 배치된 사례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정부 정책 집행에 따른 간접적인 고용 증가 및 그 경로를 보여준다. 다만, 면접조사에서는 시범사업의 긍정적 언급이 다수 확인되었음에도 시범사업을 통한 인력 확충 규모가 간호사들의 근무 안정성을 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 근무조별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 수에 대한 기준의 부재로 충분한 인력 확보가 되지 못한 점 등은 시범사업 이후 개선과제로 지적되었다. 

 

일터의 시간, 사회의 풍경 바꾼다

 

간호사 교대근무의 규칙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일정 수의 인력을 지원한 이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 직접 지원 규모를 능가하는 간접적인 고용 확대 효과가 야기되었고, 불규칙하고 불안정했던 교대근무가 일정 부분 규칙성과 안정성을 확보하여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이·퇴직률을 낮추었다는 것의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면접조사에서는 간호사들의 근무 질 향상이 환자에게 쏟는 시간을 늘려,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일터의 시간은 노동의 풍경만이 아니라 사회의 풍경을 바꾼다. 울산광역시를 방문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봤을 것이다. 울산에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시간이 다른 도시들에서처럼 오후 6시경이 아니라 근무조 교대시간인 오후 3시30분경이라는 것을. 현대자동차가 2013년부터 야간노동을 없애고 2개조가 각각 8시간씩 주간에만 근무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안전 확충과 산업재해 근절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그 한 사례로 대통령 방문 이후 SPC그룹이 8시간 초과 야간노동을 폐지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다른 산업‧업종에서도 교대제를 개편하여 일하는 모든 시민이 자연의 시간을 따라 해가 없는 밤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간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과 현대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사업 모두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문제제기 속에 정부(보건복지부) 및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해 합의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목록

한국노동교육신문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중부대로 1144,102/2103 | 제보광고문의 031-335-1289 | E-mail: jhseo0625@hanmail.net
인터넷신문 등록일 2013.07 .15 | 등록번호 경기 아50716호 | 발행인 오예자 | 편집인: 김완규 | 청소년보호책임자 오예자
Copyright© 2004~2025 한국노동교육신문 All right reserved | Designed by BLESS 031)954-8601

기사제보
----------
취재요청
----------
광고
제휴문의
----------
청소년
보호상담자
지정 및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