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의 실질적 보장, 중대 재해 차단의 골든타임 확보! 예산과 인력의 추가 없이도 당장 시행 가능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김완규 2025-11-19 19:35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이진우 서울산업안전컨설팅 대표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임에도 오래도록 사문화되어 왔다가 서부발전 하청 노동자인 청년 김용균 님의 사망 등을 계기로 시행된 2차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을 통해 사업주의 의무(제51조, 사업주의 작업중지)와 노동자의 권리(제52조, 근로자의 작업중지)로 조항이 분리되었다. 이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의무(영 제4조 8호의가)에 언급되어 ‘작업중지’가 중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임을 확인하고 있다. 노동부는 발간한 중처법 해설서를 통해서 “사업주의 작업중지 외에 근로자 등 종사자의 작업중지권, 관리감독자의 작업중지권도 포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을 밝힌 바 있다. 새 정부는 ‘노동 안전 종합대책(2025.9.15.)’을 통해 작업중지권이 산재 예방의 주체로서 노동자의 3대 권리 중 하나인 ‘피할 권리’임을 재확인하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인 권리 행사를 보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은 아직 산안법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절차와 기준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권리 행사의 적정성에 대한 분쟁의 소지가 많으며,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사실상 사문화된 권리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갑’ 사업장에서의 화학물질 누출사고에 대한 ‘을’ 소속 노동조합 지회장의 작업중지권 행사 적법성 여부가 대법원판결(2018다288662)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는 점 역시 우리 사회 작업중지권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무엇이 ‘작업중지권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되어야 하는가 새 정부가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현 급박한 위험 시)의 완화’를 실질적 권리 행사의 보장방안으로 명시한 점에서는 ‘작업중지를 해야 할 상황’에 대한 판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쟁점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은 ‘행사요건을 완화’하는 정도의 방법으로 행사 상황과 주체의 문제를 모호하게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중지의 상황과 기준을 명료하게 정의,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작업중지와 관련된 매뉴얼을 마련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매뉴얼’을 통상적으로 ‘절차(규정 또는 절차서 등)와 기준(지침서)으로 문서화 한 것’이라고 이해할 때, 기준(지침서)에는 ‘작업중지를 해야 할 상황 또는 상태’ 또는 ‘작업중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시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작업중지권 논의의 본질은 ‘누가 중지권을 행사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라도 작업을 중지토록 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인가’이며, ‘작업중지를 해야 할 상황 또는 상태’는 업종 및 작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사업장마다 다를 수 있으며 달라야 한다. ‘작업중지의 상황과 기준’에 구체적으로 정의되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산업안전보건기준규칙은 674개의 조항 중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위반 시 이를 ‘범죄로 인지’하도록 하고 있다.(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제31조(범죄인지 기준), 고용노동부 훈령 제521호). 이렇게 안전보건규칙 위반 상태를 범죄로 인지하도록 한 규정의 취지를 보면, ‘안전보건규칙 위반 상태를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상태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7년도 거제조선소의 크레인 사고 사례에서 산업안전보건기준규칙 준수의 중요성을 확인한 대법원 판례(2020도3996)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및 형법상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의무 위반에 대해 고법에서의 무죄선고를 파기 환송한 대법원판결의 핵심 요지 역시 산업안전보건규칙 준수를 통한 안전조치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각 사업장의 작업중지 매뉴얼에 포함하여야 할 구체적인 상황에 대하여는 ‘사업장에 해당되는 구체적인 안전보건규칙의 위반 상태’가 반드시 명시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어떻게 ‘작업중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구체화해 나갈 것인가? 앞에서 살펴본 ‘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하여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안전보건 당사자인 각 주체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한(?) 예를 한 가지 들어 보자. 건축물의 옥외에 높이 10m 고정식 사다리가 안전기준규칙(제24조 사다리식 통로 등의 구조, 높이 7m 이상일 때 바닥으로부터 높이가 2.5m 되는 지점부터 등받이울을 설치할 것)을 위반하여 등받이울 없이 설치되어있는 장소를 통해 작업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은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 상황인가, 아닌가? 실제 사망 재해가 발생하여 안전보건 기준규칙 개정(제45조 지붕 위에서의 위험 방지)으로까지 이어졌던 몇 년 전의 좀 더 안타까운(!) 예를 생각해 보자. 20대의 청년이 작업장 내 공장동 지붕의 채광창 보수를 지시받고 발판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11m 높이에서 작업 중 떨어져 사망한 작업상황은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 상황인가,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언제, 누가 판단할 것인가? 작업 시작 직전에? 관리감독자가? 요청을 받은 원청 주관부서가? 해당 작업자의 판단(요청)은 제대로 보장되고 반영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절차가 사실상 ‘작업중지 요청권’에 해당하면 이는 ‘작업중지권’의 취지에 부합되는 것인가, 아닌가? 무엇보다도 그 절차가 중대 산업재해를 차단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 작업자와 관리책임 라인의 이러한 인식의 괴리가 방치되는 상황이야말로 중대 산업재해 발생의 온상일 수 있다. 사업장마다 고유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너무도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상황’에 대한 인식의 불일치를 해소하여 누구든 해당 상황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해야 하는 상황임을 즉각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면, 중대 산업재해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상태와 그 외의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상황들에 대하여 작업중지를 해야 할 정도의 ‘긴급성’과 ‘중대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하고 강력한 방법은, 각 사업장의 책임과 권리가 있는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위험성 평가 결과로부터 작업중지를 해야 할 상황이나 상태를 도출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문서화(매뉴얼)해 일터의 형식지화 된 안전지식으로 다듬어 나가고, 안전보건 교육의 핵심 내용으로 알려 누구든 명확히 인식하게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합의’이다. 중대 산업재해 차단의 ‘골든타임’ 확보수단으로 기능하는 제대로 된 작업중지 매뉴얼 모든 사업장의 비상상황은 왜 하나같이 화재 아니면 자연재해인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작업중지 매뉴얼은 예를 들면, “어떤 상황이 누구라도 지게차 작업을 즉시 중단시켜야 하는 상황인가”를 해당 작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가 인식의 불일치 없이 즉각적으로 판단하도록 기능하는 매뉴얼이 아닐까? 스위스 치즈 모델을 생각해 보자. 위험성 평가라는 치즈의 구멍을 뚫고 들어온 긴급하고 중대한 위험을 막으려면 즉각 작동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라는 촘촘한 치즈가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력과 역량, 예산 등 자원을 보유한 조직만이 할 수 있는 ‘작업중지 요청권’을 모든 조직에 만능인 해법처럼 생각하지는 말자. 작업중지권은 누구에게 요청해서 승인받는 권리가 아니다. 요청을 받아 검토, 승인할 실무 역량을 갖추지 못한 조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해당사자가 작업중지권을 즉각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답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이 권리만 보장된다면 설령 수억 원을 들여 경영책임자의 사법 리크스 해소를 위한 법률자문을 받거나 많은 시간을 들여 안전보건경영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무모한 위험 상황에서의 작업으로 중대 산업재해로 가는 것을 가장 정확하게 차단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듯하다. 김완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좋은친구산업복지재단, ‘2025년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 개최 25.11.19 다음글 함께 걸어온 역사! 함께 걸어갈 미래! ‘노동이 하다’ 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