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누출사고, 비정규직 노동자 잔혹사 관련 법규 현장에서 무시 빈번…이행 철저히 하고 사고 근본 원인 밝혀라 김완규 2013-07-16 00:00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죽지 않을 권리, 다치거나 병들지 않을 권리에 차별 없어야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 지난 2012년 9월 27일 구미 불산 누출에서부터 최근 5월 10일 현대제철의 아르곤가스 질식사고 등 연이은 화학물질 누출과 폭발사고가 발생되고 있다. 더욱 더 안타까운 것은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에서 희생된 1명의 노동자, 그리고 대림산업 폭발 사고에서 희생된 6명의 노동자, 현대제철에서 사망한 5명의 노동자들은 충분히 사고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반복되고 있었고, 그들 모두는 하청노동자들이었다. 연이은 화학물질 누출사고 하청노동자 건강권 실종됐다 지난해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 사고의 경우 사고 지역 주변에서 일하고 있었던 산단 노동자들은 사고 후에도 계속 조업을 하는 등 거의 방치 수준이었다고 한다. 사고 공장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국테크노글라스, 아사히글라스에 대피 명령을 통보한 시각은 사고 후 4시간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이루어졌다. 또한 사고 공장과 붙어 있는 일부 공장(아사히피디글라스,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 등)은 생산을 멈추지 않았고, 기타 인접 공장(톱텍, 티피엠테크, 수성이엔지, 큐텍스, HSC)등은 사고 당일에는 조업을 중단했지만 사고 다음날부터 조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산단 지역 노동자들은 주민들에 비해 대피 통보도 늦었으며, 일부는 대피명령을 받고도 조업을 계속했고, 제한적인 휴업조치로 인해 사고 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있을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그 어떤 노동자들도 작업을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등 항의를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그 곳에는 노동조합이 없었고, 상당 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이 철저히 무시된 셈이다. 하청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는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삼성은 사망한 하청노동자가 불산에 1차 노출된 후 눈에 보이는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자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즉각적인 후송조치를 취하지 않은 오류를 범한 것이다. 더군다나 1차 노출 후 귀가한 사람을 다시 불러 추가 노출을 시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사망에 이르게 된 결정적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이는 명백한 관리 소홀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차 노출 후 바로 병원에 후송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가 하청노동자가 아닌 삼성전자의 정규직 노동자였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 3월 14일에 발생한 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 사고와 현대제철 질식 사고로 사망한 11명의 하청노동자는 사고가 예견되었음에도 죽음을 거부할 수 없었다. 특히 대림산업에서 사망한 피해자 모두는 하청에 재하청을 거쳐 1달 동안 계약된 초단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몇 가지 사고가 예측될 수 있는 조짐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옆 공정에서는 사고 가능성으로 인해 작업이 중지 되었고, 통상적으로 실시하지 않은 야간작업이 강행됐고, 평소에 비해 작업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문제제기를 했었고, 사고 당일 오전에 라인 전체가 심하게 요동치는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기와 전조 현상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고 하청노동자인 그들은 사고가 예측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작업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역시 이곳에서도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은 아무 소용이 없는 사문화된 규정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현장이 바뀌어야 죽음의 행렬 멈춘다 첫째, 안전보건 문제는 외주화 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권은 기본적인 권리고 인권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근의 화학물질 누출과 폭발 사고 뒤에는 항상 하청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대기업의 산업재해 피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면서 노동의 외주화를 넘어 건강과 안전의 외주화 마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제28조(유해작업 도급 금지)에 일부 물질에 대한 도급금지가 명시되어 있지만 그 대상이 일부 물질에만 한정되어 있어 대폭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안전보건 문제는 원청이 관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작업의 일부를 하청 줄 수밖에 없다면 그 대상 작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둘째, 위험한 작업을 회피할 수 있는 권리(작업중지권)가 강화되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작업중지 등)를 보면 노동자 스스로가 급박한 상황일 때는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실제 현장에서는 사문화된 지 이미 오래다. 작업을 중지시키면 그에 따른 인사상의 불이익은 물론이고 생산 손실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르는 경우도 있다. 하물며 하청노동자들은 꿈도 꿀 수 없다. 지난 3월 14일에 발생한 여수 대림산업 폭발 사고에서도 여러 차례 사고를 감지 할 수 있는 사전 징후가 있었음에도 하청노동자인 그들은 감히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중지권은 주로 관리자들이 시행하는 제도다. 법규에 노동자가 중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고용 문제나 법적 문제(손해배상 청구 등)까지 감수하면서 작업중지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셋째, 종이에 불과한 알 권리(물질안전보건자료)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작동돼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비치 등)를 보면 작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대상 화학물질의 명칭과 구성성분, 안전·보건상의 취급 주의사항,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자료를 현장에 비치하고 작업자에게 그 내용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문서만 현장에 비치하고 있을 뿐, 교육을 통해 그 내용을 작업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훈련하는 등의 후속 조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넷째,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분석돼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를 죄인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재발되는 사고를 막기 위한 필수 조건은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다. 그러나 구미 사고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고 원인을 보면 모두가 작업자의 실수다. 사고 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 원인이다. 즉, 구미 사고만 놓고 보면 작업자의 실수를 밝혀내는 것보다 왜 연료밸브가 2중으로 설치되지 않았는지, 혹은 왜 긴급차단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는지 등의 근본적인 사고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사고의 근본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자리에 차별이 있을 수는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 ‘죽지 않을 권리’, ‘다치거나 병들지 않을 권리’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위에서 설명한 문제점들이 개선돼야만 비정규직의 건강권 차별이 최소화되고 인권이 보장되는 노동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김완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용인시 공직자들은 항민, 원민. 호민이란 뜻을 아는가? 13.08.06